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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0.13 <소림축구>, 주성치
영화2007. 10. 13. 02:43


예전에 썼던 글 정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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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봤을지 기억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누구나 주성치 영화 한 편쯤은 봤을 것이다. 안 봤다고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라면 TV하고는 거의 담 쌓고 사는 사람이던지. 주성치가 찍은 영화는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이고 설날이다 추석이다 하면 TV에서도 꽤 많이 해줬으니 주성치 영화에 대한 대중의 경험도는 그 누구에도 뒤지지 않으리라. 유쾌한씨는 이런 주성치 영화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식신, 희극지왕 같이 꽤 알려진 영화는 재밌게 봤다. 그런데 유쾌한씨가 가장 으뜸으로 삼는 주성치 영화가 있다면 서유기 선리기연이다. 주성치의 어떤 영화보다도 대중에게 다가섰다는 "소림축구"가 유쾌한씨의 깊은 인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서유기 선리기연을 밀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며 극장을 찾았다.

 소림축구를 보고 나왔을 때 영화 안에 대중성은 어디에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림축구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① 매우 재밌다. ② 재미있는데 너무 유치하다. ③ 이게 뭐가 재밌냐!? 헉!' 이걸 나누는 기준은 웃음이다. 결국 이 영화에 있어 대중성이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웃어 주느냐에있는 것이다. 웃기는 영화를 장르로 표현하자면 코미디인데, 이 코미디라는 장르는 대중성이라 대표되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주성치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라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이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유쾌한씨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고 있다. 십여년 동안 쌓아온 주성치의 영화는 장르를 벗어난 영화다. 주성치표 영화라고나 할까. 이러한 주성치의 영화를 미라맥스가 맡으면서 주성치표 영화에서 벗어나 대중으로 다가서고자 했다.
 
  이러한 미라맥스의 노력은 홍콩과 중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한 여세를 몰아 전 세계로 마수(?)를 뻗치고 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월드컵이니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주성치 자신은 월드컵을 의식하지 않고 영화를 만들었지 몰라도 미라맥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을 것이다. 주성치의 내한과 함께 한국 영화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개선장군 마냥 한국에 입성했다. 이러한 분위기들을 보면 지난 몇 년동안 만들어진 주성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죽을 썼는지 모를 정도였다. 주성치의 활발한 홍보 활동과 영화의 마케팅 전략은 고조되고 있는 월드컵 분위기와 어우러져 소림축구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전략에 대한 관객들의 대답은? No. 개봉 첫주 스파이더 맨에 이어 박스 오피스 2위를 기록했지만 서울관객은 6만에 약간 못 미치는 숫자를 나타냈다.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사람들은 주성치 영화를 볼 줄 아는 사람이다. 읽어내고 같이 웃을 수 아는 사람들인 것이다. 재밌는데 유치하다고 느낀 사람들이나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영화를 볼 줄 아는 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유쾌한씨처럼 그냥 평범한 사람인 것이다. 우리 모두가 주성치의 열혈 매니아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런데 소림축구가 이전으 주성치 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때를 잘 만났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동안 한국에 들어온 주성치 영화들은 불운인지 행운인지 비디오로 직행했다. 그런 영화들과 달리 소림축구는 정말 때를 잘 만났다.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우선 한국 사회의 문화와 척 들어맞는 시점이랄까. 한국 문화의 유형으로 엽기를 뒤이어 허접이 등장했다. 허접은 지금 한국 사회를 읽을 수 있는 하나의 문화적 코드이다. 허접이라는 문화코드와 소림축구가 맞닿은 것이다. 여기에 엽기를 거치면서 허접으로 도달한 문화코드는 유치함을 받아들이는데 관용적이 되었다. 얼마전 장나라가 열연한(?) "명랑소녀 성공기"를 보라. 그 뻔하고 유치한 드라마가 어찌 대박을 터뜨렸냐 것이다.

  모 잡지에 실린 강우석 감독과 주성치의 인터뷰를 보니, 강우석 감독이 소림축구2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식적인 것인지, 비공식적인 것인지는 알 수 없는 일지만 소림축국2가 제작되어 한국에서 개봉된다면 지금과 같은 반응은 얻어내기 힘들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주성치의 소림축구는 문화적 맥락 속에서 일어난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것이다.
 
by 유쾌한씨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