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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0 <텐 미니츠 트럼펫> 중 <100 flowers hidden deep>
영화2007. 9. 20. 10:27

예전에 썼던 글 정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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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 미니츠 트럼펫>은 세계 거장 감독들의 단편영화를 모아 옴니버스 영화를 만들고자 한 <텐 미니츠 올더>의 2부작 중 1부이다. <텐 미니츠 올더>는 짐 자무시, 빔 벰더스, 첸 카이거 등 7명의 거장이 참여한 <텐 미니츠 트럼펫>과 베르나도 베르톨루치, 장 뤽 고다르 등 8명의 거장이 참여한 <텐 미니츠 첼로>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 유명한 거장들이 참여하다보니 기획에서 상영까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상영된 이후 큰 호평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에 필자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텐 미니츠 트럼펫> 중에서 마지막 대미를 장식하고 있는 첸 카이거 감독의 깊이 감추어진 100송이 꽃 <100 flowers hidden deep>이라는 작품이다.

이미 첸 카이거 감독에 관해서는 그의 작품인 <패왕별희>, <투게더>를 얘기하면서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텐 미니츠>의 마지막 작품인 <깊이 감추어진 100송이 꽃>은 그의 작품인 <투게더>와 같은 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할아버지가 이삿짐센터 직원들 앞에 나타나 이삿짐을 날라 줄 수 있냐고 물어본다. 직원들은 돈도 없어 보이는 늙은이의 말에 처음에는 모른 척 하지만, 돈을 지불할 수 있다는 말에 할아버지와 함께 그의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곳은 아무 것도 없는 벌판뿐이다. 아니 이전에는 있었지만 아파트 공사를 위해 모두 철거되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 공터일 뿐이다. 이삿짐센터 직원들은 할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하고 돌아가려 하지만, 사장의 헛걸음 하고 돌아가느냐 하는 전화에 보이지도 않는 이삿짐들을 나르게 된다. 그들은 할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하지만, 할아버지의 심각한 모습에 낑낑대며 짐을 나른다. 짐을 다 나른 후 할아버지와 직원들은 차를 타고 보이지도 않는 집을 떠나 보이지도 않는 새로운 집을 향해 간다. 출발한지 얼마 안 지나, 할아버지는 이전에 있었던 구덩이를 조심하라고 하지만, 직원들의 눈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차는 구덩이 빠지고, 그곳에서 할아버지는 예전 집에 달려있던 종을 발견한다. 그 종을 집에 달면서 영화는 한편의 동화처럼 이전의 집들이 판타지처럼 펼쳐진다. 그때, 직원들은 볼 수 없었던 예전의 집들을 보면서 영화는 끝난다.

영화의 내용은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것까지 간단하지는 않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서 과거의 공간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겪은 모습과 똑같은 것이다. 하지만 사라져 가는 공간은 사라져 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많은 것을 잃게 하고, 우리 자신을 과거로부터 점점 멀어지게 한다. 영화 속 할아버지처럼, 과거에 연연하고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정신병자로 취급받을지 모른다.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판타지 일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듯, 직원들은 그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느 한 상황 속에서 잊고 있던 모습을 바라 볼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메시지이자, 아직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일 것이다.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