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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8 이 투마마 1
영화2007. 9. 18. 15:29
예전에 썼던 글 정리중...



Y tu mama también



중남미에 관심이 많은 유쾌한씨는 중남미 영화들은 웬만하면 다 보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조그맣게 열렸던 ‘라틴영화제’에 시험에 쫓기어 가보지 못한 유쾌한씨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이투마마 (Y tu mama también)>의 시사회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중남미 영화는 모두 정치영화라는 얘기도 있지만 헐리우드에서 성공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자신의 고향인 멕시코를 배경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지 하는 순진한 호기심으로 시사회장을 찾았다. 첫 장면부터 당황하게 만드는 정사신....

알폰소 쿠아론은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문학적 소질이 다분히 있는 것 같다. 그를 스타 감독으로 - 해리포터 3편의 감독으로 선정됐으니 그는 분명 스타감독이다. - 만든 <위대한 유산>이나 이전에 그의 재능을 보여준 <소공녀> 모두 유명한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니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런 그가 동생인 카를로스 쿠아론과 함께 <이 투 마마>의 각본을 써 2001 베니스 영화제에서 최고 각본상을 수상했다. 이정도 되면 그를 문학적 감독으로 불러도 좋으리라. 그런데 미국을 무지 싫어하는 멕시코인들이 헐리우드의 스타 감독이 된 그를 어떻게 바라볼까. 그건 유쾌한씨도 모를 일이다. ^^ 적지에서 성공한 영웅으로 볼 수도 있구, 나라를 저버린 매국노라고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제작을 눈앞에 두고 내놓은 <이 투 마마>는 그의 정체성을 깨닫게 해준다. 역시 그는 멕시코인 이다.

한 나라의 예술작품을 대할 때 우리는 보여주는 것만 느낄 수 있기도 하고 그 이상을 느낄 수도 있다. 그 이상 느낄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일까. 유쾌한씨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믿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인가 알고 있을 때 그 이상 느낄 수 있을 가능성은 분명 커진다. 그런데 우리는 중남미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 이 얘기는 멕시코 영화인 <이 투 마마>에도 해당된다. 정사신으로 영화를 여는 이 영화에 대해 성적담론으로 가득 찬 야한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성장 영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 그 정도로만 이해한다면 이 영화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물론 유쾌한씨의 이런 생각이 남들에게는 정치적으로 읽으려는 억지로 여겨질 수 있다. 어쩌면 이런 인식들이 이제껏 중남미 영화들을 정치영화로 둔갑시켰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쾌한씨는 <이 투 마마>에서 너무나 슬픈 멕시코를 보았다.

<이 투 마마 땀비엔 Y tu mama también>이라는 말은 “그리고 너의 어머니 역시”라는 뜻이다. 이 말만 가지고는 우리는 어떠한 얘기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영화를 보고 난 후 우리는 여기에 이 말 저 말 붙일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말을 붙이냐는 각자가 영화를 어떻게 보느냐이다. 이 말은 한없이 음탕하게 들릴 수도 있고 한없이 서글프게 들릴 수도 있다.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유쾌한씨는 제목만으로도 슬퍼진다.

절친한 친구인 테녹과 홀리오는 테녹의 사촌형의 부인인 루이사와 함께 갑작스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지는 그들도 알지 못하는 “천국의 입”. 알지 못하는 곳이기에 여행은 그들이 가는 길이 어디인지 조차 모른다. 그냥 가는 것이다. 그냥 그렇게 가다 자신들도 모르게 도착한 곳이 바다이고 원주민 가이드의 도움으로 우연찮게 천국의 입에 가게 된다. 테녹과 홀리오가 루이사를 꼬시기 위해 가상으로 만들어낸 장소가 현실로 닿게 된다. 가상과 현실은 무의미하며 그곳에는 배관광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원주민이 있다. 천국의 입까지 다녀온 그들은 해변으로 쳐 놓은 텐트로 돌아온다. 그런데 텐트는 돼지들로 엉망이 되어 있다. 어쩔 수 없이 원주민 가이드의 집에서 묵게 되는데.... 어차피 텐트란 임시적인 거처가 아닌가. 중남미 문학에서 심심찮게 쓰이는 돼지가 망쳐놓았다는 사실이 재밌긴 하지만 말이다.

원주민 가이드의 집에서 일박을 하게 된 그들은 진탕 술을 마시면서 화해에 이르게 되는 것처럼 보인다. (테녹과 홀리오는 서로의 애인을 범했다는 사실에 멀어져 있었다.) 그리고 셋은 방으로 들어가 섹스를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이 압권이다. 이 부분을 묘사한다는 것이 참으로 껄끄러운데 심의를 통과한 것을 보면 우리나라도 많이 관대해지긴 해졌나 보다. 이 섹스는 동성과의 관계이자 이성과의 관계이다. 즉, 테녹과 홀리오와의 관계이자 테녹과 루이사, 홀리오와 루이사의 관계인 것이다. 마치 마술적인 꿈같다.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로 돌아오지만 말이다. 이 장면에서 유쾌한씨는 멕시코의 국기가 생각났다. 삼색기에 하얀색으로 된 가운데 부분에는 독수리가 뱀을 물고 피를 흘리는 멕시코의 국기.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유쾌한씨는 차파티스타민족해방군(EZIN)에 대해 얘기할까 한다. 멕시코 남부에 원주민들이 주로 사는 치아파스 주가 있다. 이곳의 원주민들은 멕시코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그저 착취만 당할 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 시티는 허상이다. 멕시코의 원주민은 슬프다. 우리는 그러한 현실을 영화 속에서 가벼지만 느낄 수 있다. 남쪽으로 내려갈 수록 검열이 심해지는 군인들, 마치 우리의 옛 군사정권을 보는 듯 하다. 그나마 우린 행복하다.

사족 : 차파티스타 민족 해방군의 부사령관이 쓴 <우리의 말이 우리의 무기입니다>라는 책이 해냄 출판사에서 올해 출간되었습니다. 우리가 무지한 중남미의 멕시코, 그 안의 차파티스라는 곳에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