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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0 <샤워 (2001)>, 장양
영화2007. 9. 20. 10:31
예전에 썼던 글 정리 중...



Shower




굴뚝이 있는 조그만 목욕탕들, 어릴 적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지금과 같이 집안에서 샤워하기 편치 않던 시절에 대중목욕탕은 서민들이 마음편히 씻을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연탄보일러를 사용하던 시절, 마음 놓고 뜨거운 물을 쓸 수 있는 곳은 바로 목욕탕 말고는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보일러가 기름, 가스보일러로 바뀌면서 집안에서 샤워하기가 너무 편해졌다. 그런 편리함 이면에 조그만 목욕탕은 점차 사라져 갔고 말이다. 장양 감독의 <샤워 (2001)>도 이러한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영화는 선전의 한 자동 샤워 부스에서 한 사내가 샤워를 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이 사내는 북경에서 대중목욕탕을 하는 아버지를 둔 대명이다. 그는 어느 날 저능아 동생인 이명으로부터 아버지가 침대에 누워있다는 엽서를 한 장 받게 된다. 아버지가 위급한 상황에 있다고 생각한 대명은 급히 비행기표를 끊어 북경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버지에게는 별일이 없다. 아버지가 무사하심을 본 후 선전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북경에서 며칠 머물게 된다. 샤워는 그 동안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중국의 후통에서 대중목욕탕을 하는 아버지와 선전에서 사업을 하는 큰 아들, 둘의 모습은 아버지와 아들, 중국의 과거와 현대를 대비시켜 보여 준다. 영화의 마지막은 후통이 철거되고 그곳에 아파트 건설계획에 따라 목욕탕이 철거되는 장면이다. 목욕탕에서 귀뚜라미 싸움을 하던 동네 노인들은 신식 아파트에서 귀뚜라미는 살지 못할 것이라고 한탄을 하고, 대명과 이명은 목욕탕의 간판을 떼어낸다.

중국에는 전자자동샤워부스나 허름한 대중목욕탕만 있을까. 그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돈으로 1천원짜리부터 몇 만원이 되는 목욕탕까지 다양한 종류의 목욕탕들이 있다. 고급목욕탕의 경우는 심지어 식사가 뷔페식으로 차려져 있기도 하다. <샤워 (2 001)>에서 보이는 대중목욕탕을 중국의 한 거리에서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될까.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지저분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다. 하지만 그 지저분함이란 무엇일까. 영화의 장면을 빌려보자. 대명과 이명의 아버지가 죽은 아내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다. 그의 아내는 산서성 사람이었는데, 그곳엔 물이 귀해 평생 한 번, 결혼하는 날에만 목욕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장인어른은 딸의 결혼을 위해 곡식과 물을 바꿔 딸의 목욕물을 힘겹게 장만했다. 이것이 바로 과거의 모습이었다. 현실의 모습을 보자. 중국에 정말 많은 수의 사람들은 1년에 한번 18원짜리 카오야(북경식 오리요리) 한 마리를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며 대략 2천원을 조금 넘는 돈이다. 시골에서 일을 찾아 북경으로 올라온 민공들의 생활, 그들의 슬픈 삶이 이러한 모습들에 담겨져 있다. 허름한 주택에서 공동생활을 하거나, 거리에서 하룻밤을 해결하는 민공들이 씻을 수 있는 장소란 대중목욕탕이 전부다. 그들에게 씻는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목욕탕은 점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사라져 가고 있다. 이것은 영화가 보여주지 않는 또 하나의 중국의 모습이다.


2005. 5 by 유쾌한씨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