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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21 엘우드 키에르의 ‘로메로(Romero)’
영화2007. 9. 21. 10:21

예전에 썼던 글 정리 중.



Romero


 한국에서 볼 수 있을 만한 스페인어권 영화를 찾다가, 엘 살바도르를 배경으로 한 <로메로 Romero>라는 영화를 골라봤다. 이 영화는 스페인어권에서 만들어진 영화는 아니지만, 80년대 중남미의 현실을 단편적으로 바라볼만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1980년 미사 중에 독재자가 보낸 테러리스트에 의해 암살당한 전 엘 살바도르 주교였던 오스카 로메로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로메로 신부는 다른 것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고, 종교와 속세의 길에 어떠한 경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엘 살바도르 주교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 시점은 바로 함베르토 장군이 부정한 방법으로 대통령에 오르는 시점이다. 함베르토는 대통령이 된 이후 독재자로 변모하고, 많은 사람들을 학살한다. 여기에 주민들은 반발하고 교회의 일부세력도 독재정권에 반발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로메로 신부는 갈등하고 결국은 독재정권에 대한 발언에 나서게 된다. 솔직히 영화를 보면 알지만, 그의 행동이 적극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교가 갖는 힘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독재정권은 테러리스트를 보내 로메로 주교를 암살하게 되는 것이다.

 대충 영화의 줄거리만 봤을 때, 인권과 자유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실제로 봐도 한 번쯤 그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기독교인이라면 더 가슴 뜨겁게 그러한 것들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존했던 인물을 다룬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듯, 다른 측면보다 로메로 신부의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종교 영화제작자인 엘우드 키에르에 의해 제작된 영화이니 그런 것이 더하다. 이 영화 속에는 당시 엘 살바도르의 상황, 중남미의 사회적 현실, 미국의 라틴아메리카 정책 같은 것은 없다. 한 명의 성인에 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면서 드는 가장 큰 의문인, 왜 주교가 중요한가이다. 라틴 아메리카는 콜럼버스가 첫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식민지가 진행된 대륙이다. 이 식민지화의 가장 큰 근거 중 하나는 원시한 인종을 하나님의 자식으로 개종한다는데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교회세력이 진출했고, 기나긴 식민지 기간동안 그들이 기득권층으로 부상한 것으로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이 독립을 하면서 타파해야 했어야 할 문제이지만 그렇지 못하였다. 그 문제가 현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종교는 그들이 지닌 권력 없이도,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크나큰 힘을 지닌다. 그러니 한 국가에서 교회의 수장인 주교가 갖는 의미는 큰 것이다.

 <로메로>는 단순하게 인권영화, 혹은 종교영화에 그칠 수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현실을 좀 더 알고 바라보면,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적극적인 대항으로 나서지 않았던, 엘 살바도르 주교 오스카 로메로가 독재정권에 암살당했는가는 그들 사회가 지닌 문제 속에 원인이 있는 것이다.

2004. 9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