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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4 떼시스 (Tesis, 1996 알렉한드로 아메나바르)
영화2007. 9. 14. 00:13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정리 중 입니다. 옛날 생각이 나곤 하네요. ^^

떼시스 (Tesis, 1996 알렉한드로 아메나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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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천재나 거장으로 부르기는 이르지만, 스페인 영화계에 구세주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알렉한드로 아메나바르 이다. 그는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뿐만 아니라, 젊기에 스페인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어 줄 것이라는 기대가 괜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그 사람이 누군데 할지도 모르니, <디 아더스>의 감독이라고 얘기하자. 그의 데뷔작은 1996년에 나온 <떼시스>이다. 데뷔작이지만 유쾌한씨가 그 영화를 본 것은 얼마 전이다. 굳이 보려고 해서 본 것도 아니고, TV에서 해줘서 봤다. 이렇게 쓰고 생각해보니 유쾌한씨는 그의 영화를 제작년도 역순으로 봤다. 아직 만든 영화가 3편 밖에 되지 않으니 다 찾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디 아더스> <아브레 로스 오호스(Abre los ojos 스페인어로 눈을 떠라.는 뜻임=오픈 유어 아이즈)> <떼시스> 순으로 봤다는 것은 재미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유쾌한씨에게는 <떼시스>가 가장 괜찮은 영화였다는 사실이다.

 

 대박과 호평을 거머쥔 <디 아더스>나 <아브레 로스 오호스>보다 7년 전의 <떼시스>가 더 괜찮다니... 쩝. 우선 그의 영화 세편의 공통점을 이야기 하자면 모두 관객을 속이는 스릴러 영화이다. 물론 <디 아더스>는 스릴러라기 보다는 호러적 성격이 강하지만, 결국 관객을 속이고자 한 것은 매 한가지다. 그는 관객을 속이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고, 그것을 만드는데 정교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또 한가지의 특징은 등장인물의 수가 적다는 것이다. 저예산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인지, 아니면 너저분하게 널부러지면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등장인물의 수가 적다. 거기에 <떼시스>와 <아브레 로스 오호스>의 주인공들은 똑같기까지 하다. (두 영화를 가지고 등장인물을 비교하는 것도 심심치 않은 재미임.) 각설하고, 이 세 편의 공통점을 지니면서 다른 점이니 있으니 어느 위치에다 포인트를 두는가 이다. <떼시스>의 경우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서, <아브레 로스 오호스>는 환상과 현실이라는 공간 속에서, <디 아더스>는 대저택이라는 폐쇄된 공간 속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속이는 것은 매 한가지 일지라도, 스토리가 가장 풍족해질 수 있는 것은 <떼시스>인 것이다. 그러기에 스토리를 가지고 놀기 좋아하는 유쾌한씨에게는 <떼시스>가 가장 좋다.

 <떼시스>의 핵심은 아주 간단하다. 매스미디어의 폭력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떼시스(논제)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 앙헬라 라는 여학생이 있다. 논문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과 조사는 당연한 일. 폭력물을 구해서 보게 되고, 그런 도중 스너프 필름을 접하게 되는데 그 필름을 제작한 범인을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엉켜져 들어간다. 결국 누가 범인인가?를 찾는 게임이다. 결말부에 범인이 누군가 밝혀지지만, 관객들은 영화와 감독과 한판 씨름을 해야 한다. 범인을 잡기 위해. 특히 이 과정을 교차편집과 폐쇄적 환경들(미로, 어둠 등등)을 이용하면서 긴장감을 팽팽히 유지한다. 하지만 이건 스릴러 영화의 너무 뻔한 것들이니 <떼시스>가 왜 괜찮은지는 봐야지 알 수 있다.

 

 그보다도 감독은 영화 속에서 많은 얘기들을 하고 싶어한다. 물론 직접 대놓고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학 공부 직후인데다, 데뷔작이라는 그런 것도 있겠지만, 폭력물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앙헬라의 테시스처럼 폭력물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앙헬라의 전임 교수였던 피게로아 교수가 죽고, 그녀의 담당 교수가 된 카스트로는(제대로 기억이 안남) 영화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영화는 결국 산업이라면서 말이지. 이러한 이유로 자신의 스너프 필름들을 정당화하고자 하고. 앙헬라와 카스트로 교수의 주제는 전혀 상반된다고 할 수 있다. 폭력적인 것들을 다룬 매스미디어는 관객이 원해서 만들어지는 것인가, 아니면 수없이 만들어지는 폭력적인 매스미디어들에 의해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영화의 결말을 보면 단편적으로나마 알 수 있지만, 무엇인지 정답인지 말하지 않겠다. 그건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질문인과 동시에, 이분법적으로 낼 수 없는 답이 아니니까.

 

떼시스의 결말 : 스너프 필름 제작의 주범을 찾아내지만, 영원히 은폐되어야 할 필름들은 알 권리라는 이름아래 TV 뉴스를 통해 방송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장면들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하지만 체마와 앙헬라는 보지 않고 그 사람들 틈을 빠져 나온다. (마치 그곳이 함정인 것처럼 유쾌한씨의 생각임.)

 

 이 글을 다 쓰고 문득 들은 생각인데, 알렉한드로 아메나바르 자기 인생의 영화 3편을 모두 20대에 만들었다. 20대에 성공하려면 그와 같아야 한다. 그런데 유쾌한씨는 어디 서있는지. 쿨럭.




2004. 2. 1. Luis

Posted by pek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