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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8 Fernando Trueba , <꿈 속의 여인>
영화2007. 9. 18. 15:01

예전에 썼던 글 정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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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나 중남미의 영화감독 얘기를 하는 것은 지루한 면이 있다. 손에 꼽는 몇몇 거장들을 제외하고는 작품을 접하기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영화 수입사에 의해 선택되는 몇몇 작품만을 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스페인 영화를 접할 때는 감독을 살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최근 한국에 수입된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라는 작품도 호평을 받고 있으면서도, 감독의 얘기가 별로 거론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 중에 하나다. 이번 호에서 얘기할 <꿈 속의 여인>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 이 영화의 감독에 간단하게 얘기하자면, <아름다운 시절>로 첸 카이거의 <패왕별희>를 제치고 아카데미 영화상에서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했던 감독이다. <꿈 속의 여인>은 한국에 수입되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스페인 개봉당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스페인에는 작고 큰 영화제뿐만 아니라, 자국영화에 수여하는 고야라는 영화상이 있는데, 스페인에서는 미국의 아카데미와 같은 권위를 지닌다. 이 영화는 작품상을 비롯해 7개 부분에서 고야상을 수상했었다. 수상 여부가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꿈 속의 여인>은 흥행뿐만 아니라 비평에서도 성공을 거둔 작품인 것이다.

 

<꿈 속의 여인> 1938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시기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제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의 상황이다. 이 때 스페인 영화제작진과 배우 마까레나가 <꿈 속의 여인>이란 독일과 스페인 합작영화에 촬영하기 위해 독일 우파(UFA) 스튜디어를 찾으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다. 우파 스튜디어는 히틀러의 최측근이자 나치정권의 문화선전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괴델스에 의해 지휘되고 있었다. 그런데 권력의 핵심, 괴델스가 마까레나를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생기는 에피소드를 영화는 다루고 있다. 꽤나 무거운 내용을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페르난도 트루에바는 <아름다운 시절>에서 그랬던 것처럼 멜로와 코미디를 빌려 가볍게 다가간다. 특히나 영화의 결말은 전형적인 멜로 드라마의 형식을 취한다. 집시 죄수인 레오라는 청년은 마까레나가 출연하는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해, 마까레나를 사랑하게 된다. 영화의 결말은 마까레나가 권력과 부가 아닌 레오를 선택하면서 끝난다. 이러한 결말은 정치적 문제, 역사적 문제 속에서 자신의 영화를 살짝 비켜 세운 감독의 의도를 나타낸다.

 

솔직히 이 영화가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얘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페넬로페 크루즈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의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우선 영화가 다루고 있는 역사적 배경도 그렇지만, 영화가 다루고 있는 코미디의 핵심을 즐기기가 어렵다. 영화는 독일과 스페인이 합작영화를 만들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루다 보니 통역과정에서 생기는 재미들이 있다. 스페인어와 독일어를 모르는 관객들이 자막으로만 그런 재미를 느끼기는 힘들다.


2004.
Posted by pekin